‘박찬욱의 몽타주’를 읽으며 박찬욱 감독에게 질투가 일었다.
예전엔 그냥 ‘영화를 꽤 찍는 감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영화를 꽤 찍는 대단한 수필가’이다. 그의 힘은.. 예전에 정혜신 박사가 ‘사람과 사람’에서 언급한 적이 있듯, ‘자기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이다. 정혜신씨는 오히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을 과소평가한다’고 까지 했다.
어쨌든 박찬욱은 A급·B급을 왔다갔다 하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감독이고, 글을 참 잘쓰는 작가이며, 음악을 사랑하는 마니악이고, 모든 작품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비평가이다. 더불어… 강아지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강아지 알레르기 약을 먹다가 쓰러져 응급실을 갈 정도의 자상한 아빠이다. 그러면서 겸.손.하.다.니!
정말 다 갖추지 않았는가? (그래서 불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박찬욱의 글솜씨에 비실비실 웃음이 났고, 딸 아이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서는 이런 자상한 남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나중에 영화에 대한 부분은… 솔직히 쬐끔 지루했다. 난 A급/B급 영화 잘 모르니깐 ㅡㅡ;
아래는 챕터 2~3에서 인상적인 부분 발췌.
(챕터 1 부분에 있는 딸 아이와의 에피소드나, 소소한 일들에 대한 감상 등은 꼭 직접 읽어보시기를~)
-. 정작 여러분이 판단해서는 안될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표현했어야 했느냐’는 질문. 한 예술가가 자기 사상을 피력하는데 있어 어떤 표현의 수단을 구사하느냐는 전적으로 그의 영역입니다.
-. 나를 죽이려고 애썼습니다. 표현보다는 소통을, 소수 마니아보다는 다수 대중을, 자의식보다는 테마를, 연출보다는 연기를, 스타일보다는 감정을, 미학보다는 정치학을 중시하고,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B가 아니라 A가 되게 하려고 했죠. 그렇게 감독의 존재를 영화에서 최대한 지우려고 치열하게 노력한 데 반해, 결과와 상관없이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나는 최인훈 ‘광장’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입니다.
-. 예전 영화들이 내가 하고 싶은 얘기였다면, 이 영화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깁니다. 그러니 당신이 좋아할 말투와 태도를 택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노릇입니다.
- ‘박찬욱의 몽타주’ 中 / 박찬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