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지영 (착한 여자 作)이,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 (냉정과 열정사이 作)가 나누어 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
한권엔 한국 여자의 입장이, 또 다른 한권엔 일본 남자의 입장이 씌여있다. 이 둘은 과거에 서로 사랑을 했고, 지금은 헤어져 살며, 우연히 만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민족주의적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인이기 때문에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하지 못할 이유가 요즘엔 없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을 강조하고, 역사적인 부분을 너무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독자마다 주관적이겠다.)
책을 읽을 땐, 츠지 히토나리가 쓴 2권 부분이 더 재밌다고 느꼈는데, 발췌하고 보니 죄다 1권 내용이다.
음.. 같은 여자라서 그런가?
#. 女주인공 홍의 마음속
세상에서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은 흘러간 강물과 지나간 시간과 떠나간 마음이라는데, 밤마다 내 영혼만 호숫가를 서성이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라렸다. 혼자서 그의 집을 나오던 그날 밤, 공원 길을 걸어 기치조지역을 향해 가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대체 왜 그러느냐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진한 눈으로 그렇게 묻지는 마…”
내가 너보다 많이 슬펐고, 내가 너보다 많이 기다렸고, 내가 너보다 많은 걸 걸었으니까.
#. 男주인공 준고의 마음속
일부러 보지 않으려 했던 문제가, 그 애매함이, 혹은 눈속임들이 결국엔 눈덩이가 되어 두 사람에게 덮친 것이다. 하지만 행복의 최고의 순간에 있던 우리가 현실의 무서움을 알 턱이 없었다. 그때 우리는 그저 티 없이 맑게 빛나는 쌍둥이 별이었다. (중략)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 순간의 연속 속에 모든 것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있다고 깨닫기도 전에 한순간은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은 영원이다. 영원이 순간이듯이.
#. 친구 지희가 홍에게 한 충고
“그러니까 네가 뛰쳐나올 때 남자가 너를 잡지 않았다면, 그는 너하고 그만 끝내고 싶었던 거야. 아니라면 남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붙잡고 말 테니까.” 심리학을 전공하는 지희는 환자에게 암 선고를 하는 의사처럼 건조하게 말했다.
“역시 그렇지? 내가 혼자 좋아하고 내가 혼자 그 집에 가서 살고, 그리고 내가 혼자 떠나버린 거지?” 지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대답했던 내 목소리도 웅웅 거렸다.
“서운하겠지만 그 남자, 칸나라는 여자를 잊으려고 너를 선택했을 거야. 게다가 너는 여자가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 그러니까 적당히 튕기는 일을 하지 않았거든. 그 사람에게는 그런 외국인인 네가 부담이 없었을 수도 있어…” 지희는 냉정한 표정으로 말을 하다가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게 진실일 거야.”
#. 칸나가 준고에게 한 충고
“준고. 넌 너무 말수가 없지만, 그 사람한테는 제대로 네 마음을 전해야 해. 눈을 바라보고 거짓없는 네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거야. 그럼 반드시 그 사람도 네 진심을 알아줄 거야. 오랜 세월의 오해도 자연스럽게 풀릴 거고.”
#. 칸나와 준고와 헤어질 때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난 앞으로 살기 힘들 거야.” 내 간절한 호소에 칸나는 잘라 말했다.
“널 사랑할 수 없게 된 것뿐이야. 더 이상의 이유는 없어.”
#. 홍과 준고가 헤어질 때
“그래도 전화 한 통은 해줄 수 있지 않았어?”
내가 인내심을 다해 천천히 물었다. 모든 것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해도 아직은 이 사태를 믿고 싶지 않았따. 아직은 희망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고 내 자신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희망의 문을 낑낑거리며 내가 붙들고 있었던가. 나는 그렇게 온 존재의 힘을 다해 닫히려는 문을 붙들고 있는데 준고는 나를 외면한 채 태연히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내 쪽은 보지 않은 채, 너무 바빠서 어쩔 수가 없었어, 하더니 식탁에 앉았다. 그가 나를 바라만 보았더라면, 그가 내 손을 잡아만 주었떠라면 모든 일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나는 지금도 모른다.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