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김경의 인터뷰 모음집 제목이다. 부제가 더 멋지다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단독자들과의 인터뷰’라니!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그가 서문에 인용한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다” (미셸 투르니에)라는 말이 매우 실감났다. 김경은 갖은 미사여구를 다해 각 ‘단독자’들을 예찬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 약 22명의 사람(+그룹)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다. 간혹은 내 귀에 걸리는 것이 있고 또 간혹은 매우 깊게 와닿는 내용도 있다.
# 김경의 ‘미사여구’가 어느정도냐 하면..
김훈을 “지성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마초”라고 표현했고, DJ DOC를 “제법 놀 줄 아는 날라리들”이라고 했으며, 신동엽을 “눈먼 도덕군자들 사이의 변태”라고 했다.
이중의 백미는 양혜규를 “트레이시 에민보다 우아하고 오노 요코만큼 영리한, 그러면서도 마르셀 뒤샹처럼 품격있는 똘아이”라고 표현한 것인데, 아직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다. ^^;
또 싸이보다는 박재상(싸이의 본명)이 열배는 더 엑스타시하다고 하는데… 그 또한 잘 모르겠다. 뭐.. 만나봤어야 알지 ㅋㅋㅋ
‘인터뷰’라는 글 속성이 그렇듯 어느정도는 글에 꽃단장을 해주기 마련이라, 이런 미사여구는 충분히 이쁘게 봐 넘길수 있다. 그정도로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은 다 대단하니까.
인터뷰 내용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사람들은 정말 개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는 DJ DOC, 특히 하늘이가 자신의 ‘가수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그리 깊게 고민했었는지 몰랐고, 신동엽이 그렇게 강한 프로의식을 갖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 말이다. 김윤진이 할리우드 진출을 하면서 “한국 여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말자”고 생각했던 것도 나는 몰랐다. 장동건이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었다는 사실도, 생각외로 매우 자상하다는 사실도 나는 몰랐다.
이 모든 것을 내가 알아야 할 이유는 당연히 없다. 하지만, 각각의 인터뷰 내용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참 개별적이구나, 각각의 사람들에게 각각의 생각이 있네. 그러니까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생각하는건 안돼!’라는 생각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초등학교 시절..
말 그대로 날렸던 ‘날라리’와 같은 중학교 같은 반에 배정받아 너무나도 싫었던 나는
엄마에게 푸념을 늘어놨다.
“엄마, **랑 같은 반됐어. 걔 날라린데. 본드도 핀대”
그랬더니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날라리이든 아니든, 사람은 각자 다른 것이니 크게 신경쓰지 마라.”고 하셨다. 덧붙여 “엄마도 예전에 날라리였는데, 엄마는 원래 공부에는 흥미가 없어서 그랬어. 근데 가끔 지혜는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네가 공부만 하는 사람은 안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난 학생은 공부만 하면 되는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오히려 공부보다는 나 하고 싶은걸 하라니… (그래서 결국 요모양 요꼴 ㅡㅡ;)
여튼,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몰랐기 때문에 공부도 보통, 노는 것도 보통,
그저 책·만화책을 들고 뒹구는 일을 낙으로 삼아왔다.
어쩌면… 내가 여기서 이런 일을 하려고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
# ‘하고싶은 것’이 있다는 것
김경의 책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다 ‘하고싶은 것’이 확실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만 생각하며 걸어왔다. 정말 부러운 사람들…
그들의 소신이 부럽고, 그들의 행동력·추진력이 부럽고, 그들의 자유로움이 부럽고..
결국엔 그들의 ‘성공’이 부럽다.
(이 와중에도 그들의 겪었을 온갖 고난들에 대해서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나를 발견. 아 밉다.. )
나는 어렸을 때 ‘언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고, 미디어의 다양성으로 인해 지금은 인터넷 세상에 와있다. 너무나도 불규칙한 근무환경이지만, 요즘엔 ‘아무래도 내가 이걸로 먹고사려나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뭐.. 이쪽 세상이 그렇듯 30 전후로 ‘제2의 인생’을 열어야겠지만…
지금 생각같아선 35살까지 이쪽 우물을 파다가 나름대로 ‘전문가’가 돼보고싶은 소망이 있다.
(정말 소망일 뿐이지만.. 현실은 매우 혹독하다.)
아.. 책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또 섞여버렸다. ㅠ,ㅠ -